

" 그대라면 기꺼이, 제 손을 내어 드리지요. "
이름 : 리엔 D. 클레어 (Lien de Clair)
나이 : 32세
종족 : 노블레스
성별 : 남성
키 / 몸무게 : 170cm / 55kg
외관
:: Black Hai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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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을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바로 그 까만 머리칼이었다. '까맣다', 그 단어 이외에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다른 말이 있을까. 주변의 빛을 전부 빨아들인 듯 싶기도 하고, 새까맣게 타 버린 목탄을 칠한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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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으로 빗어 내려도 걸리는 것 하나 없이 허공에 사르르 풀어지는 머릿결로는 비단을 짜도 좋을 것 같았다. 그만큼 관리가 잘 되어 있어서 빛을 받으면 유난히 반짝거렸고, 상한 것이 한올도 없어 특유의 깔끔해 보이는 인상을 더욱 부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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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 굵기가 매우 가늘어 바람에 날리면 서로 엉키기 십상이었다. 이 사람은 단정함이 몸에 밴 것이 문제였다. 때문에 실내에 들어설 때면 급하게 손으로라도 머리나 옷가지를 정돈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어쩌면 조금 과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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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머리는 자연스레 제 왼쪽으로 쓸어 넘겼다. 그 길이는 눈썹에 거의 닿을 듯 하였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적당한. 혹은, 어중간한 길이라 할 수 있었다. 이 사람은 오른쪽 옆머리가 눈에 띄게 길었다. 턱 선을 넘겨 어깨에 닿을 만큼 길었으니, 그 선에 맞춰 머리를 길렀으면 아마 예쁜 단발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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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옆머리는 앞머리 몇 가닥과 함께 귀 뒤로 넘겼으며, 뒷머리는 목을 충분히 덮고도 남는 길이감을 가졌다. 끄트머리를 따라가면 어깨를 살짝 넘는 정도였으니. 전체적으로는 층진 커트머리라고 설명하자면 딱 들어맞았다. 귓볼 근처에서 한 번, 목덜미 끝자락에서 한 번. 처음 볼 때보다 많이 길어져 있었다. 해가 갈수록 유지하는 머리 길이가 길어지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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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ue Ey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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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이어, 아니, 블루 토파즈라고 해야 더 정확하다. 물빛을 한껏 머금은 청명한 푸른빛은 절대 흔해 보이지 않았다. 그건 마치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바다의 깊은 곳을 보는 것 같았다.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순수함을 한껏 뽐내듯 커단 눈망울은 항상 따뜻한 빛에 비쳐 선명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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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은 항상 웃고 있는 탓에 눈매마저 부드러운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 그것이 디폴트였고, 한치의 어색함도 담고 있지 않았다. 그 눈꼬리는 정 중앙에서 일자로 그은 듯 제 위치를 지키고 있었으나, 기다란 속눈썹 때문인지 때때로 고양이같이 눈꼬리가 올라간 모양이 아닌가 착각하는 때도 있었다. 그래도 전혀 날카로운 인상으로 보이지 않았다는 게 놀랍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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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꺼풀이 짙은 편이었다, 이 사람은. 거기에 더해 긴 속눈썹과 그 위에 자리한 가는 눈썹이 모두 머리칼과 같이 짙은 흑색을 띠고 있어 큰 눈에 절로 시선이 향했다. 어찌 보면 꼭 강아지를 닮은 인상이라고 느낄 수도 있었다. 순하고, 상냥하고. 부탁을 잘 들어줄 것만 같은 느낌의 소유자. 이 사람은 눈만 보아도 아주 유한 사람이란 걸 단박에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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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이 바라보는 시선마다 그 끝이 아주 명확했다. 절대 부릅뜬 눈이 아님에도 그렇게 느껴졌다. 시선이 약간이라도 움직인다면 티가 많이 났다. 그 탓에 이 사람은 눈길 하나도 허투루 굴리는 일이 없었다. 늘 적시에 적당한 곳으로 올곧은 시선을 보내며 흐트러지는 모습 따위는 절대 보이질 않았다.
:: Pale Sk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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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창백하다 느낄 수 있을 만큼 이 사람은 피부가 지나치게 하얬다. 노란 빛이 섞이지 않은 밝은 피부톤에 약간 발그스름하게 코랄 계통의 붉은색이 떠올라 그나마 생기를 더했다. 무언가에 비유하자면 인형 같다는 말이 딱 떠올랐다. 귀족 집안 자제라는 게 눈에 띈다고나 할까. 그 어느 곳에도 햇빛에 그을린 흔적을 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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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라운 살결은 양 볼 뿐만이 아니라 손이나 팔, 다리, 온몸을 보아도 똑같았다. 촉촉한 느낌보다는 보송보송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어찌 보면 계집아이 같기도 하였다. 만지면 따뜻하고, 부들거리고, 말랑하고. 어쩌면 계집아이보다도 더 계집아이같은, 봄을 닮은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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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은 커녕 점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흉터도, 굳은살도 없었다. 마치 갓 태어난 아기의 피부가 이럴까. 긁힌 자국 하나 쯤, 작은 반점 하나 쯤 있을 법도 한데 부자연스럽다고 느낄 정도로 이 사람의 피부는 아주 깨끗했다. 좋은 것만 떼어다 붙인 것 처럼.
:: Young Face & Slim Bod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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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안이다. 달리 무슨 말이 필요한가. 실제 나이를 유추하기 어려웠다. 깨끗한 피부도, 또렷한 눈매도 이미지에 일조하고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작은 두상에 오밀조밀 모여있는 이목구비와 선명한 턱 선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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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자리한 코는 오똑 솟아있음이 분명했으나 크지는 않았다. 귀엽다는 말이 쉬이 나올 정도라고나 할까. 그 아래 입술은 약간 도톰하고, 가로 넓이는 작은 편에 속했다. 백설공주처럼 피로 칠한 듯 붉지는 않았지만 혈색 좋은 연분홍빛은 하얀 피부와 잘 어울려 사랑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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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설명하자면 쉬이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사람은 화려함보다는 청순하다는 말이 더 어울렸다. 부담스럽지 않게 딱 보기 좋은 수준의 미인. 그것이 이 사람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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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은 겉으로 보기에도 절대 근육이 탄탄하게 붙었다거나, 다부진 체격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좋게 표현하자면 옷의 핏이 잘 사는, 날씬한 체형이었고 콕 집어 말하자면 어쩐지 가냘픈 느낌이 드는 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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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그것이 눈에 띄는 곳, 즉, 팔뚝이나 허벅지 같은 곳이 아니라 그렇지. 날씬한 사람들이 대개 그러하듯 가슴과 복부에 약간의 근육이 잡혔다. 군살 없이 매끈한 체형을 가졌다는 소리이기도 했다.
:: Natural Incens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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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에게서는 특이하게도 자연의 향기가 물씬 풍겼다.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정말로 자연 그대로의 향기 말이다. 비 오는 날의 물기 어린 풀 냄새 같기도 하고, 침엽수가 빽빽한 곳 정중앙의 상쾌한 냄새 같기도 했다. 가까이 다가간다고 해서 그 향이 짙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마치 주변에 관엽식물을 심어 놓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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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문드문 느껴지는 꽃향기는 라벤더처럼 강하게 코를 찌르지도 않았고 장미처럼 마냥 달콤하지도 않았다. 이 사람에게 딱 어울리는 수수한 들꽃 향기였다. 그것도 멀리서는 느끼지 못 할 향이었다. 아주 가까이 다가와 코를 박으면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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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향기가 아예 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복숭아 냄새라고 해야 할까. 기분 좋은 달달한 내음이 유독 살결에서부터 풍겨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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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로 종합해 말하자면 시원한 느낌의 향이 났다. 이 사람의 눈동자 색에 딱 걸맞은 그런 향. 혹은 푸른 녹음이 생각나는 그런 향이었다. 손끝에 자주 쓰는 약품 냄새가 묻어나긴 했으나, 수 분이면 금방 사라지고 말았다. 이 사람은 체향마저 깔끔한 사람이었다.
:: Well Dressed & Accessori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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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듯 이 사람은 눈길 하나도 단정한 사람이었다. 어디 옷차림은 안 그렇겠는가. 옷의 단추는 항상 끝까지 채우고 속옷을 받쳐 입어야 한다면 군말 없이 따랐다. 옷의 주름 하나에도 흐트러짐이 없었고 먼지는 감히 앉을 곳이 아니었다. 채워야 하는 장식이 있으면 반드시 채웠다. 어찌 보면 답답하다 느낄 만치 이 사람은 그야말로 정복의 정석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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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새벽에는 제 옷을 다려놓고 구두를 닦아 광을 내었다. 누군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이 오랜 기간 동안 몸에 밴 습관을 그대로 실천하는 것뿐이었다. 단정함을 넘어서 청결하다고 하는 편이 더 낫겠다. 그것도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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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몸에 꼭 맞는 사이즈의 옷을 잘 찾아 입었다. 그래선지 실제보다 비율이 좋아 보인다던가, 너무 여리여리해 보이지 않는 등의 부가적인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물론 이 사람은 실제로도 비율이 아주 좋았다. 그 사실을 더욱 부각시켜주었다고 해야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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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느껴지는 분위기는 귀족의 우아함 그 자체였다. 혹은, 왕자님 같다고 할 수 있었다. 답답해 보이는 제복이 아주 잘 어울렸고 발을 디딜 때마다 들리는 구두 소리에도 한치의 오차가 없었다. 아무리 더워도 단추를 풀어 헤치지 않았고 추운 날에도 담요를 두르기보단 코트 같은 외투를 걸치는 것을 더 선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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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옆으로 넘기면서 드러난 귀에는 이 사람의 눈 색과 똑같이 푸른빛을 띠는 보석이 걸려 있었다. 손가락 한 마디쯤 되는 길이의 보석은 육각형에 가까운 마퀴즈 커팅 모양이었다. 원석을 제외한 고리 등은 전부 은으로 만들어졌고 그 위에 작게 이니셜「R.W」이 음각되었다. 이 사람은 잠을 잘 때조차 이 귀걸이를 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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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안에는 또 하나의 목걸이가 숨겨져 있었다. 색과 모양은 귀에 걸은 것과 똑같았다. 평상시엔 항상 옷 속에 넣어두고 다녀서 착용 여부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간혹 셔츠만 입고 있을 때라면 모를까. 작은 보석 옆에는 금색의 얇은 반지 하나가 체인에 걸려 있었다. 이 사람은 그 반지 자체를 꺼내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
성격
:: Clam ::
"흥분해 보았자 쉽게 풀리지 않을 거라 믿어요. 최선은 안 되어도, 최악은 피해야지요."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이 사람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었다. 맡은 바 소임을 다 하고 모든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있으나 절대 흥분하는 일이 없었다. 냉정과 침착을 유지하고, 그 어떤 일에도 오판을 하는 경우가 없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모든 판단은 분명히 밝혀진 사실에 의거하여 결론지었으며 설령 자신에게 피해가 생기더라도 눈살을 찌푸리지 않았다. 100인 중 99인이 일어나도 스스로가 판단을 끝내지 않았다면 감히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도록 가운데서 냉정을 찾는 사람, 항상 흔들리지 않고 올곧게 남아 주변인마저 지지해 줄 것만 같은 사람. 그게 바로 이 사람이었다. 그렇게만 보자면 정 없고 냉담한 사람일 것이라 착각하기가 쉬웠다. 그건 대단히 큰 착각이었다. 이 사람이 확고한 냉정을 유지하는 것은 공적인 자리에서의 이야기이지, 사적으로는 여느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공과 사를 철저하게 나누어 보고 있자 한다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 Kind ::
"어디 아픈 곳은 없으시죠? 잠시만요, 차를 좀 내올게요."
상냥한 사람. 이 사람을 설명하자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였다. 다정함, 부드러움, 친절함, 온화함. 자신보다는 남을 더 걱정하고 챙겨주었다. 사람에게 화를 내는 일도, 웃음을 잃은 적도 거의 없었다. 비유하자면 '성인군자', 혹은 터놓고 말해서 '바보같이 착해 빠진' 사람이었다. 늘 염려하고 남을 보살피는 일이 이 사람에게는 아주 익숙해 보였다. 마치 어머니의 모성애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꼭 어린아이들에게만 다정하게 대해 주는 것은 절대 아니었지만 말이다. 정이 아주 많았고, 배려심이 깊었다. 그게 이 사람의 최대 장점이자 최대 단점이라 할 수 있었다.
:: Fair ::
"누구든 이 땅에 태어나 누릴 권리가 있어요. 우리는 그걸 인권이라고 부르죠."
이 사람에게 차별이란 있을 수 없는 단어였다. 누구에게나 상냥하듯이 성별과 종족, 지위를 막론하고 이 사람은 한결같은 태도를 보였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세상에 '공평'과 '정의' 의 두 단어가 존재한다면 '공평'으로 '정의'를 실현하고 싶어 했다. 키가 큰 사람과 작은 사람 모두에게 발 받침대를 하나씩 주는 '공평' 이 아닌, 키가 작은 사람에게 두 개를 주는 '정의' 말이다. 이 사람은 그 둘의 차이를 아주 잘 이해하고 있었고, 스스로 '노블레스 오블리주' 의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무조건적인 희생과 봉사 정신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래도 적어도, 이 땅에 태어나 불평을 호소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줄어든다면 그것이 경사가 아니라 무엇이겠는가.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소중한 자국민이고 귀한 생명으로서 존중받아야 할진대, 어찌 서로가 차별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일까, 이 사람은 전쟁이라는 개념 자체를 부정하고 싶어했다.
:: Self-Giving ::
"차라리 저를, 부디."
사람은 살다 보면 이기적인 순간이 필요하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좋은 것도 독이 되니, 선악이 적절히 섞인 것이 단연 최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사람은 완벽한 '선', 그 자체였다. 궂은일은 다 도맡아 하려 한다거나 작은 문제라도 발생하면 자신이 끌어안으려 했다. 입에는 죄송하다는 말이 마를 새가 없었다. 이 사람은 조금 뻔뻔해질 필요가 있었다. 그래도 선천적인 성격을 어떻게 고치랴. 확실히 이 사람은 생각보다 자존감이 낮은 모양이었다. 아마 이 사람 스스로가 원하는 '평등'엔 자신의 이름이 없었을 것이다. 저는 이용당해도 좋고, 그러다 버려져도 좋았다. 꼭 그러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그렇게 만들어진 것처럼.
:: Intellectual ::
"무언가를 알아간다는 건, 그 사실만으로도 두근거리지 않나요?"
이 사람은 틈만 나면 책을 읽었다. 장르와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잡히는 대로 책장을 넘겼다. 그동안 읽은 책을 쌓아 올리면 도서관 하나는 거뜬히 설립하고도 남을 양이었다. 심지어 내용 하나하나 잊지 않고 따로 기록을 해 두거나 머릿속에 담아두고 있어 거의 걸어다니는 도서관 수준이었다. 그만큼 아는 지식의 양이 방대했고 여러 분야에 일가견을 가졌다. 굉장히 이지적이고 영리한 사람이었다. 그에 뽐내지 않고 겸손할 줄 아는 미덕까지 갖추었으니, 성인으로서는 완벽하지 아니한가.
:: Dignified ::
"제가 그대에게 죄를 짓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마는."
이보다 더 당당할 수가 없었다. 쉽게 겁을 먹지 않았고, 특별히 무서워하는 것이 없어 보였다. 그건 이 사람이 벌레나 귀신 따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아니라, -물론 무서워하지 않는 것은 맞지만- 사람 대 사람으로의 이야기였다. 필요한 것이 있고,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이라면 당당히 요구했다.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지레 겁을 먹고 왜 쩔쩔매는지. 이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행동하는 대로 사람의 인상이 결정된다. 본인이 죄인처럼 행동한다면 후에도 타인은 그 사람을 그런 식으로 볼 것이다. 특유의 넘치는 자신감은 이 사람 나름의 이미지 메이킹이자 숨 쉬듯 자연스러운 언행이었다.
:: Frank ::
"그대에게 거짓을 고하고 싶지는 않아요."
숨기는 것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이 사람은 자기 감정에 아주 솔직하고 없는 말을 지어내서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아무 필터링 없이 느낀 바 사실을 툭툭 내뱉는 사람도 아니었다. 적당한 선에서, 예의는 지키고 바른 말만을 했다는 의미였다. 될 수 있다면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 이 사람의 철칙이었으며, 가끔 그 철칙이 자신을 문책하는 화살이 되기도 하였다. 유난히 양심의 가책을 무겁게 느꼈다. 숨길 줄도 알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았건만, 이거 하나만은 고쳐지질 않는 천성이었다. 너무 착해서 탈이었다고나 할까. 거짓말을 제일 싫어했지만 그와 동시에 한쪽 마음이 편치 않았다.
:: Affirmative ::
"잘 될 거예요. 걱정 마세요."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반드시 모든 일이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모든 일이 잘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이왕 생각한다면, 긍정적인 쪽이 훨씬 좋지 않겠는가. 이 사람은 항상 주변에서 사기를 북돋아 주곤 했다. 괜찮아요, 잘 될 거예요. 노력했으니까요. 만약 잘 풀렸다면 제 일인 것처럼 기뻐했고, 아니라면 함께 슬퍼하며 따뜻하게 위로해 주었다. 이 사람에게는 주변인들마저 긍정적으로 만드는 무언가의 힘이 있음에 분명했다. 능력 같은 것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느껴지는 따뜻한 무언가 말이다.
:: Reliable ::
"믿어주시는 만큼, 보답하겠어요."
여러 성격을 통틀어 보아서도 이 사람은 가히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누구보다도 단단한 신뢰감을 안겨주었고, 이 사람 스스로도 인간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고 여겼다. 믿지 않으면 그 무엇도 할 수 없다. 신뢰는 신념과도 같다. 이 사람은 저가 먼저 다가감으로써 믿음직한 인상을 주었다. 무엇이든 맡겨도 좋을 사람. 절대 실패하거나 쓰러지지 않을 것 같은 사람. 상냥하고, 공정하고, 당당하고, 긍정적이고, 침착하고, 이지적이고. 늘어만 놓아도 어찌 이 사람을 믿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적어도 이 사람은 타인의 기대를 저버리는 타입은 아니었다. 가끔은 조금 무리한다 싶은 감이 없잖아 있긴 했지만.
입단 시기 : 599년 (현재 9년째 복무중.)
입단 동기
"사람을 찾고 있어요. 새하얗고 예쁜 사람이요."
특별하다면 특별할 것이고, 아니라면 아닐 것이다. 이 사람은 단지 모종의 이유로 헤어져 버린 제 형제를 찾기 위해 스스로 자원하여 입대했다. 그건 찾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같은 군인이기 때문인 이유가 가장 컸다. 같은 목표를 가지고 같은 곳을 바라보며 이곳저곳 다니다 보면 언젠가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다고 저가 특출나게 싸움을 잘 하는 것도 아니었으니, 가장 관심 있어 하던 의술로 남을 도와주는 것과 동시에 제 목표를 이루기 위하여 이곳에 오게 되었다. 자신이 가장 필요한 곳에서 제 능력을 발휘하며 바라던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곳, 그야말로 뇌조의 군대란 이 사람에게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었다. 만나지 못 해도 좋았다. 이곳에서 오랜 경험을 쌓다 보면, 우연히 만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먼저 찾아갈 수 있게 될 때가 오게 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설령, 전쟁터에서 적과 적으로 만나더라도. 이제 잃어버린 사람을 못 만난 지 거의 14년이 되어 간다. 흐릿해질 법도 한 그 얼굴을 애써 떠올리는 것도, 점점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
직업 : 군의관 (전공 : 일반외과 / 정형외과)
능력의 유무
:: Self-Heal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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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의 몇 배로 회복력이 빠르다. 말 그대로 자가치유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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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거나 찔려서 생긴 상처, 즉, 외상에 한하여 발현된다. 바이러스나 균으로 인한 병은 치유되지 않는다. 이때의 회복 속도는 일반인과 동일하며 따로 내복약을 복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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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스치거나 베인 상처는 수 초면 낫는다. 일반적인 상처는 하루가 지나면 (충분한 수면을 취하면) 치유되고, 장기에 손상이 갈 정도면 3일 이상 걸릴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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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초 안이면 피가 멎는다. 손상을 입은 모세혈관은 아주 얇기 때문에 재생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적어도 능력자가 과다출혈로 사망할 위험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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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박상으로 인해 멍이 들었을 경우엔 통증이나 진피층 내 출혈이 금방 멎지만, 멍 자국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때 흔적까지 완전히 사라지기 까지는 일반인의 속도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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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상처는 역순으로 치유된다. 테이프를 뒤로 감기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가장 먼저 생긴 상처는 가장 나중에 치유되며, 베인 모양 하나하나 뒤로 되감는 모습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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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가 진행되면서 상처의 점막으로 침투되는 세균마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빠르게 치유되면 상관 없지만 큰 상처의 경우 치유가 더딘 편이므로 외용약을 바르진 않아도 적절한 소독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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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가 절단되었을 때, 절단면끼리 맞댄 상태면 정상적으로 복구가 가능하다. 허나 서로 떨어진 지 오래되면 절단면에 새 피부가 채워질 뿐이며, 이후에도 다시 붙거나 새 세포가 자라나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절단면에 새 피부가 자라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손가락 하나를 기준으로 30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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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는 아무런 영향이 가지 않는다. 반드시 본인에 한해서만 치유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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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본인의 체액(주로 피)을 타인에게 주사했을 때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 역시 외상에 한하여 적용되고, 치유되는 속도는 능력자 본인의 반절 정도 된다. 이때 수혈받는 자는 주사시 해당 부위에 약간의 통증과 함께 작열감(불에 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따라서, 급하게 지혈이 필요한 순간이 아니라면 굳이 위의 행위를 추천하지는 않는다.
종교(루테레샤)에 대한 인식
「종교, 정말 대단한 거예요. 그건. 일반적으로 집단 사회에서 많은 인원들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서는 공통적인 분모가 필요하기 마련이죠. 그중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 바로 종교라고 생각해요.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하고, 마음의 위로가 되고. 그런 면만 보자면 여러 종교, 특히 루테레샤는 그 순기능이 두드러지게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죠. 다만… 우월주의에 있어서 여간 걱정이 되는 건 아니에요. 아무래도 신분사회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고사하고 데페타가 가장 많이 나타난다는 이유로 수인을 배척하는 것은 어찌 보면 야만적이라고 느낄 때가 있으니까요. 제가 너무 안이한 생각만을 하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지금까지 크게 문제가 될 일은 없었고, 이미 뿌리 깊게 박혀버린 인식은 당연한 듯이 받아들여지고 있으니까요. 제가 염려하는 바는, 언젠가 곪아버린 상처가 터져 나오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것뿐이에요. 종교는 옳아요.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좋은 기능만 가지고 있다고 치부해 버리는 것은 옳지 않죠. 빛 뒤에 그림자가 있고, 앞이 있으면 뒤가 있듯이 그에 따른 역기능은 반드시 존재해요. 나라마다 국교가 다르듯 종교에는 자유적인 선택이 따르죠. 그것에 있어서 종교의 우열을 가리는 행위는… 저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네요. 물론 제가 이해하고 아니고의 문제는 아니지만요. …말이 너무 길었나요? 짧게 말하자면, 중립적인 태도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저는 그래요. 마치… 다른 세계의 이야기 같아요. 익숙하지 않은가 봐요. 어쩌면 익숙해지고 싶지 않은 건지도 모르지요.」
사용하는 무기
6연발 리볼버 1정, 25cm 단검 1자루

총열에는 위 사진의 글씨체로 제 이니셜이 새겨져 있다. 목걸이와 귀걸이에 새겨진 것과 동일함. 손잡이 뒤축에 매듭으로 묶어 둔 동그란 장식품이 달려 있다. 노블레스의 임문을 딴 그것으로 보인다.

날이 잘 서있는 단검은 항상 품에 지니고 있지만 굳이 사용하려 들지는 않는다. 꼭 필요하다면 사용하겠지만, 꼭 필요하다면 말이다. 마찬가지로 날의 윗면에 똑같은 이니셜과 함께 손잡이 끝부분에는 매듭으로 묶인 동그란 장식품이 있다. 총의 그것과 같은 푸른색을 띤다.
기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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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으로 튼튼한 체질은 아니었다. 이걸 병약하다고 해야 할지, 잔병치레가 많았던 건 사실이다. 무거운 걸 들고 나른다던가, 꽉 조여 놓은 나사를 풀어낸다던가. 그런 자잘한 힘쓰는 일에는 전혀 소질이 없었다. 오히려 그런 자리에 있으면 짐만 될 뿐이었다. 스스로도 알고 있는 사안이라, 유난히 더 미안한 기색을 띄웠다. 더해서 추위도 많이 탔다. 이 정도면 버틸 만 하지 않나, 싶은 날에도 양 귀 끝이 붉어질 만큼 추워했었다. 눈이 내리는 날은 더 했다. 봄과 가을을 좋아했고, 늘 따뜻한 차를 입에 달고 살았다. 그나마 장갑을 끼고 있어서 다행이지, 조금이라도 추위에 노출되면 바람이 닿은 자리가 금세 차갑게 얼어 들어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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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듯 겁이 없고 당당하면서도, 비위도 아주 강했다. 흔히 말하는 고어틱한 무언가를 보더라도 눈살을 찌푸리는 일이 없었다. 아니, 애초에 이 사람이 눈살을 찌푸리는 걸 본 사람이 있을까 싶다. 그야 항상 미소를 짓고 있었는걸. 보기 껄끄러운 것을 볼 때에도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껄끄러운 것'? 글쎄, 껄끄럽다는 생각 자체를 안 하는 것 같았다. 더러워진 것이라면야 깨끗이 씻으면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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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이라는 단어에 민감하게 굴었다. 혹은 '의무'같은 무거운 단어들. 자신 스스로도 자주 입에 올리던 단어이긴 했으나, 한 편으로는 탐탁지 않아 하는 게 언뜻 보였다. 아마 이 사람이 백작가 출신 성분이라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늘 듣던 소리가 귀족의 의무와 계급 차별이었으니. 어쩔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가슴 아픈 것 또한 어쩔 수가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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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은 항상 존댓말을 썼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건, 적건. 계급이 높건, 낮건. "~요"로 끝나는 부드러운 어미에 상대를 부를 적에는 항상 그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계급이나 호칭을 붙이는 때는 중요한 공식 석상에서의 일이었고, 단 둘이라면 상대가 제 이름을 아무렇게나 불러도 개의치 않아 했다. 그런 점에서는 쉬이 가까워질 수 있는 사람인 듯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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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잡이이다. 손재주가 특히 좋아 앉은 자리에서 웬만한 것은 만들거나 고쳐 쓸 수도 있었다. 주로 사용하는 손은 오른손. 손도 그렇게 큰 편이 아니라 섬세하고 정확성이 요구되는 일에 적합했다. 제 성격에 딱 맞는 특성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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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십이 자연스러웠다. 손을 잡거나 그 위에 입 맞추거나 하는 데에 별로 개의치 않아 하는 것 같았다. 머리나 얼굴을 쓸어준다던가, 가볍게 안아 준다던가. 그런 것들을 전부 평범한 일상처럼 여겼다. 그렇다고 상대에게 강요를 하는 건 아니었지만, 굳이 남이 청하는 것을 거절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말이다.
선관계
- 유라 노므 : 같은 의학대학을 나왔던 선후배 관계. 확정 지어 말하면, 유라가 리엔의 후배이다. 유라가 잠시 휴학하는 동안에 먼저 졸업한 리엔이 뇌조에 입단하였고, 후에 유라가 졸업 후 입단한 관계이다. 평소에도 친하게 지냈고, 분야도 엇비슷한 탓인지 밤마다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곤 하였다. 오랜 친구이자 파트너 같은 존재. 가끔은 남에게 못 할 비밀도 털어놓곤 했다.